옛 그림에서 정치를 걷다

옛 그림에서 정치를 걷다

  • 자 :허균
  • 출판사 :북오션
  • 출판년 :2016-03-30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7-02-27)
  • 대출 0/1 예약 0 누적대출 0 추천 0
  • 지원단말기 :PC/스마트기기
  • 신고하기
  • 대출하기 미리보기 추천하기 찜하기
  • qr코드

풍속화에 비해 덜 조명받았던

조선 시대 집권층들의 그림



보통 사람들에게 조선 시대의 그림 중 아는 것이 있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 김홍도나 신윤복의 풍속화를 언급할 것이다. 지금까지 풍속화를 통해 조선 시대 서민들의 삶을 분석한 역사 교양서들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 풍속화를 통해서 느낄 수 있는 당시 서민들의 모습이 힘든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도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보이는 청춘 남녀의 은밀한 밀회를 엿보는 즐거움이라든지, 김홍도의 〈씨름도〉에서 느껴지는 활기차고 역동적인 분위기는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도 우리에게 그 시대 서민들의 해학과 낭만을 전달해준다.

그에 비하면 왕실, 관리, 학자 등이 남겼던 그림들은 상대적으로 딱딱하고 정적인 느낌 때문에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감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동안 그들의 그림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국사 교과서에 나오면 외워야 하는 공부거리쯤으로 여겨졌고, 옛 그림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화법이나 양식에만 국한된 시각으로 해석되었다. 그러나 그들 또한 우리의 역사를 이끈 주역이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조선 시대 풍속화들이 서민들의 삶을 표현했던 것처럼 당대의 집권층들이 남겼던 그림도 조선의 정치적 신념과 이상을 보여주는 자료다.





옛 그림 속에 숨겨진

왕과 선비들의 정치적 신념과 이상



세종대왕의 셋째 아들이자 둘째 형인 수양대군과 왕권을 두고 대립했던 안평대군은 꿈속에서 보았던 무릉도원의 모습을 안견을 통해 그리게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몽유도원도〉다. 이는 그가 구상했던 이상 세계를 상징하기도 한다. 안평대군은 그 후 그림 속 도원과 흡사한 풍경을 지닌 무계정사에서 측근들과 회합을 갖다가 이를 눈엣가시로 여겼던 수양대군에 의해 죽임을 당했고, 수양대군이 세조로 즉위한 이후 〈몽유도원도〉도 금기시되는 비운을 겪었다.

조선 왕들의 어진을 그릴 때는 실제 용안과 터럭만큼의 차이도 없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이에 대해 조선 말기의 실학자이자 사상가인 최한기는 “진영을 그리는 자가 하나의 상(像)을 두세 장 그려 비교해보면 한 획의 차이에 신태(神態)가 달라지고, 한 점의 잘못에 기상(氣像)이 현격히 달라진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사람의 용모에만 집착하여 자나깨나 잊지 못하다가 그의 초상만 보아도 기뻐하고 그의 이름만 들어도 신이 나는 것은 소인이나 여자들의 구구한 정태(情態)다”라고 꼬집어 사람들이 그림 속에 내재된 뜻에는 관심 없이 자칫 묘사에만 신경을 쓰지 않을까 경계했다.

김홍도는 풍속화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중인 계급이자 관리로서 사대부의 삶을 동경하여 익히 알려진 것과는 다른 색깔의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중 하나인 〈단원도〉는 그가 서울 집 단원(檀園)에서 가졌던 벗들의 모임인 진솔회(眞率會)를 추억하며 그린 것으로서, 이 그림에서 그가 자신을 양반과 동일시하고 그들의 생활 방식을 좇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다른 작품인 〈송하담소도〉나 〈남산한담도〉에 썼던 시에 오류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학문적 소양은 사대부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조선 시대의 정치를 엿본다



이처럼 조선의 집권층들이 남겼던 그림을 대함에 있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그림을 둘러싼 무형적 요소들을 살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지금까지의 옛 그림 연구 방법론은 이 부분을 간과해왔다. 양식론을 숭상하여 그것이 최선의 방법인 것처럼 오인하기도 했다. 옛 그림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를 원한다면 양식 연구만으론 부족하다. 특히 정치와 관련된 그림의 경우에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정서 활동의 산물인 옛 그림을 감상하면서 가장 중요시되어야 하는 점은 화법이나 양식이 아닌 그림 속에서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제부터 옛 그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모두 함께 당시 조선인들이 꿈꿨던 이상적인 정치의 숲을 거닐어보자.



지원단말기

PC : Window 7 OS 이상

스마트기기 : IOS 8.0 이상, Android 4.1 이상
  (play store 또는 app store를 통해 이용 가능)

전용단말기 : B-815, B-612만 지원 됩니다.
★찜 하기를 선택하면 ‘찜 한 도서’ 목록만 추려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