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자 :이해인
  • 출판사 :샘터
  • 출판년 :2011-06-28
  • 공급사 :(주)북큐브네트웍스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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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함께 아프고, 울고, 웃겠습니다.”

암 투병과 상실의 아픔으로 빚어낸 이해인 희망 산문집




2011년 봄, 이해인 수녀가 암 투병 속에서 더욱 섬세하고 깊어진 마음의 무늬들을 진솔하게 담은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다가가본 사람은 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며, 작고 소박한 일상의 길 위에서 발견하는 감사가 또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산문집으로는 근 5년여 만에 펴내는 신간《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에는 암 투병과 동시에 사랑하는 지인들의 잇단 죽음을 목도하는 아픔의 시간들을 견뎌내며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현재의 삶을 긍정하는 이해인 수녀의 깨달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이 보이듯이, 고통의 과정이 있었기에 비로소 보이는 일상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이 수도자로서의 삶과 살을 지닌 인간으로서의 삶을 아우르며 때론 섬세하게, 때론 명랑하게 그리고 때론 너무나 담담해서 뭉클하게 다가온다.

이해인 수녀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일상의 그 어느 하나도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감사”를 얻었다며, 보물찾기 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자 하는 마음을 고백한다.



소박하고 낮은 세상을 향해 한결같이 맑은 감성의 언어로 단정한 사랑을 전해온 이해인 수녀는 이번 산문집에서 특히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은 아픔과 마음으로 겪은 상실의 고통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며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꽃이 진 자리에도, 상실을 경험한 빈자리에도 여전히 푸른 잎의 희망이 살아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수도자로서, 시인으로서, 개인으로서의 삶과 사유를 글 갈피마다 편안하게 보여줌으로써 부족하고 상처 입은 보통 사람들을 위로하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치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산문집에는 세계적인 판화가 황규백 화가의 그림을 함께 실었다. 정겨운 돌담, 작은 새 등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사물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사람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내재된 정감을 일깨우는 작품들이 이해인 수녀의 글을 한층 더 깊이 있게 읽도록 이끈다.



아픔을 승화시킨 삶의 기쁨, 눈물이 키운 삶의 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전체 여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해인 수녀의 일상을 담은 칼럼들과 오랜 시간 벼려온 우정에 대한 단상들, 수도원의 나날, 누군가를 위한 기도와 묵상 그리고 꽃이 된 그리움을 담은 추모의 글들이 매일 보물을 품듯 일기라는 그릇에 담겨 있다.



이번 산문집의 첫 장에는 익숙한 서문 대신 한 장의 꽃편지가 실려 있다. 이 책을 위해 글을 써주겠다는 약속을 뒤로하고 지난 1월 작고한 박완서 작가의 편지다. 이해인 수녀와 박완서 작가는 개인적인 고통의 시간들을 함께 통과하며 특별한 인연을 맺어 왔던 터라 그 아픔이 더했다. 이해인 수녀는 박완서 작가에 대한 추모의 정과 함께 나눈 시간에 대한 감사를 담아 늘 가슴에 품어 왔던 박완서 작가의 편지(2010년 4월 16일자)로 서문을 대신했다.



사랑하는 이해인 수녀님

그리던 고향에 다녀가는 것처럼 마음의 평화를 얻어 가지고 돌아갑니다.

내년 이맘때도 이곳 식구들과 짜장면을 (그때는 따뜻한) 같이 먹을 수 있기를,

눈에 밟히던 꽃과 나무들이 다 그 자리에 있어

다시 눈 맞출 수 있기를 기도하며 살겠습니다.

당신은 고향의 당산나무입니다.

내 생전에 당산나무가 시드는 꼴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꼭 당신의 배웅을 받으며 이 세상을 떠나고 싶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나보다는 오래 살아 주십시오.

주여, 제 욕심을 불쌍히 여기소서.

2010. 4. 16. 박완서



제1장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_일상의 나날들〉에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과 사람, 계절의 변화와 기억 등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잡아낸 생각들을 이해인 수녀의 감성으로 버무려 감칠맛 나는 언어로 엮어 낸다.



또한 법정 스님과 오랫동안 주고받은 편지를 담은 〈스님의 편지〉에서는 다정한 미소를, 〈따뜻한 절밥 자비의 밥상〉, 김용택 시인에게 보내는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등에서는 명랑한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가 하면, 〈어머니를 기억하는 행복〉에서는 어머니를 그리는 딸의 그리움이 읽는 이의 가슴에 엷은 슬픔으로 스며들게 만든다. 〈불안과 의심 없는 세상을 꿈꾸며〉에서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수도원의 일상을 엿볼 수 있어 새롭다.



제2장 〈어디엘 가도 네가 있네_우정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10여 년간 쓰고 지우며 쌓아 온 우정에 대한 단상 60여 편이 담겨 있다. 이해인 수녀 특유의 맑은 감성과 투병 중의 인간적인 마음을 투정하듯 위로받듯 오롯이 드러낸 단상들은 그 행간에서 뭉클함을 불러낸다.



24

너에게 편지를 부치러 우체국에 가는 길, 오늘은 비가 내리네. 너를 향한 동그란 그리움과 기도……. 멈추지 않는 나의 웃음을 어찌 알고 동그란 빗방울들이 봉투에 먼저 들어가 있네.

_동네 우체국에 가는 길은 늘 행복하다. 편지를 쓰는 일은 살아서 할 수 있는 아름답고 거룩한 소임이다. 때론 허름한 옷에 앞치마까지 두르고 간 적도 있는데 “수녀님이 정말로 글 쓰는 해인 수녀님 맞으시나요? 멀리 계시다고 여기던 분이 바로 앞에 계시니 참 신기하네요.” 우편물 점검하던 여직원이 웃으며 차 한 잔을 권했다.



36

네가 농사지어 보내 준 포도 잘 받았어.

큰 수술 이후 회복기의 금식을 깨고 과일 먹는 것이 허락됐을 적에 처음으로 내가 먹던 그 황홀한 포도 한 알의 맛! 그 맛은 나에게 지구 전체를 대표하는 살아 있음의 맛이었어.

그 맛을 기억하며 오늘도 너에 대한 고마움으로 포도 한 알을 입에 넣는다.



제3장 〈사계절의 정원_수도원 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2010년 한 해 동안 수도원의 일상을 적어 내려간 일기가 담겨 있다. 치료의 고통을 견디는 힘든 시간들의 기록, 발령이나 죽음으로 떠나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슬픔, 하루를 시작하고 마치는 일의 소소한 행복감 등 잔잔하면서도 명랑한 톤으로 담긴 수도원의 일상을 통해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살아 있는 호흡을 느끼게 된다.





며칠 고단했던 심신이 이제는 조금 풀리는 느낌. 미뤄뒀던 빨래도 하고, 성체조배도 하고, 방 정리도 하고……. 조금씩 일상도(日常道)의 기쁨을 찾아가는 중이랄까.

20년 전에 심은 느티나무가 지금은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지! 바람에 흔들리는 잎사귀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된다. 밖에 나가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지만 집안에서만 왔다갔다하며 자연과 사물과 인간을 관찰하는 시간도 새롭고 재미있고 유익하다. 앉아서도 먼 길을 달려가는 민들레의 기도 속에……. 2010. 5. 25.



누가 나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한다 해서 들뜬 마음을 갖지 않고 담담해지기……. 누가 나에게 근거 없는 험담이나 비난을 한다고 해서 속상해 하지 말고 담담해지기…….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 하느님만이 영원하시다! 2010. 6. 24.



약 보름간의 출장에서 돌아왔다. 경기도에는 하도 비가 많이 와서 움직이기 힘들었으나 부산에 오니 비는 내리지 않았다. 타고 오는 기차 안에서 오늘은 졸지 않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많이 했지. 모든 생각들을 잘 익히고 키우면 시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마당엔 분꽃들이 환히 웃고 있고, 내 자그만 방에 들어오니 새삼 반갑고 정겹고 기쁘네. 패랭이꽃과 강아지풀로 장식한 환영의 꽃들, 새로운 임지로 떠나는 수녀가 두고 간 고별의 쪽지, 공동세탁실에서 갖다 둔 88번이 새겨진 빨래들, 우편물들, 살짝 열어 둔 창문 모두가 다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다.

시간 시간을 더 반갑게, 기쁘게, 소중하게 아껴 써야지. 나는 허비할 시간이 없다. 더 많이 감사하면서, 더 많이 기도하면서 나의 시간들을 길들이는 지혜를 주십사고 기도한다. 2010. 9. 11.



일종의 무력증에 빠지려는 자신을 의식적으로 일으켜 세우며 성탄 편지도 쓰고, 객실의 손님들에게 인사도 하고……. 골목길이나 우체국에서 동네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기도 하고……. 아무튼 자기 안에서 밖으로 빠져나오려는 노력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암환자들은 우울증이나 자폐적인 성향으로 기울기가 쉬운 듯해서 그런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0. 12. 1.



제4장 〈누군가를 위한 기도_기도일기〉에는 군인들을 위한 기도, 사제를 위한 기도, 교사를 위한 기도 등 주제를 가진 기도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어느 날 병원에서-의사 선생님께〉에는 암 치료를 위해 오간 병원의 의사에게 오히려 그의 고단함을 위로하는 글 속에서 육체적인 병의 치료를 받으면서 마음의 치유를 전할 수 있는 그 넉넉함을 배우게 된다.



제5장 〈시간의 마디에서_성서묵상일기〉에는 이해인 수녀가 1998년~1999년 두 해에 걸쳐 매일 적어 나간 묵상일기를 발췌해 실었다. 수도자로서의?이해인 수녀의 모습과 그의 간구를 여과 없이 느끼게 해준다.



1999년 4월 18일 일

주님.

세상 떠나는 순간까지 늘 감동할 수 있는 뜨거운 마음을 지니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사람들과의 만남 안에서 당신을 발견하고 그 사이에 사랑의 식탁이 차려질 수 있게 하소서.



1999년 6월 26일 토

주님, 제게까지 몸과 마음의 아픔을 호소해 오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편지로, 전화로, 방문으로…….

아프다, 아프다 외치는 이들…….

“나를 잊은 건 아니지요? 수녀님마저 저를 잊으면 저는 설 수가 없어요.”라고 호소해 오는 이들에게 저는 “내가 가서 고쳐 주마.” 할 수도 없고…….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는 지혜를 가르쳐 주십시오!



1999년 7월 26일 월

땅에 점같이 작은 꽃씨를 심어 보니 알겠습니다. 조그만 것, 힘없이 약해 보이는 것의 그 대단한 위력을……. 작은 것이 작은 것이 아님을…….

매일 매 순간을 ‘작은 일에 대한 충실’로 살게 하소서!



제6장 〈그리움은 꽃이 되어_추모일기〉에는 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다간 우리 시대의 어른들과 이해인 수녀가 맺은 우정과 그리움, 애틋함의 무늬가?새겨진 추모의 글들이 담겨 있다. 피천득, 김수환, 김점선, 장영희, 김형모(《십대들의 쪽지》발행인), 법정, 이태석, 박완서……. “미리 생각하는 이별은 오늘의 길을 더 열심히 가게 한다”고 애써 슬픔을 감추고 존경하는 분과 다정했던 벗을 떠나보내며 쓴 글들은 곁들인 사진과 더불어 읽는 이들의 마음을 울린다.



마지막에 담긴 시 〈여정〉에는 이해인 수녀가 투병의 고통 속에도 놓지 않은 삶에 대한 기쁨과 감사 그리고 모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따뜻한 연민이 담겨 있어 뭉클한 따뜻함을 안고 책장을 덮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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